알렉스 라이트 (2010) 분류의 역사
2024-10-04 Bibliography bib history information fleeting시작
[2024-10-04] 어쩌다가 선경도서관에서 만남. 흥미롭다. 근데 종이책이다. 읽게 될까? #독서노트, [#책꼽문] 뭐든 좋다.
알렉스 라이트 2010 “분류의 역사”
(알렉스 라이트 2010) Glut : Mastering Information Through the Ages
책소개: 인류가 발전시킨 분류 체계의 원리와 역사
칸트는 인간이 시간과 공간이라는 형식과 12범주를 통해 사물을 인식한다고 밝혔다. 칸트가 규정한 범주가 자의적이라는 비판이 후학들에 의해 제기되었지만 인간이 범주를 통해 인식한다는 사실만은 여전히 틀리지 않은 듯하다. 그러한 예는 현재 웹에서도 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포탈의 경우, 상위에서 하위 폴더로 가는 과정은 인간이 어떠한 기준에 의해서 사물을 나누어 인식한다는 칸트의 주장을 증명한다.
『분류의 역사』의 저자 알렉스 라이트 역시 칸트와 유사한 주장을 한다. 칸트가 오성과 이성에 기대어 자신의 논지를 이끌어냈다면, 책의 저자는 인간의 유전자 자체에 분류를 하고자 하는 속성이 깃들어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인간이 발전시킨 분류 체계에는 변하지 않는 항구적인 속성이 있다는 점이다. 바로 ‘계층 구조’와 ‘네트워트’이다. 현재 웹의 작동 방식을 떠올린다면 저절로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책은 고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는 장구한 세월을 탐구한다. 구술 문화와 문자 문화의 전통이 분류 체계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정보 시스템에 미친 분류의 역할이 무엇이었는지가 탐구된다. 총체적으로 이 책은 인간의 지식에 대한 담론이자, 소통 방식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이론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목차
서론
1장 네트워크와 계층 구조
2장 가계도와 생명의 나무
3장 빙하시대 정보 폭발
4장 문자 시대
5장 채색된 암흑시대
6장 정신의 증기기관
7장 천체 발전소
8장 백과사전 혁명
9장 큰 소리로 우는 낙타사슴
10장 산업 시대의 도서관
11장 과거에 존재하지 않던 웹
12장 미래의 기억
부록
색인
출판사 리뷰
0억 년을 아우르는 정보시스템의 역사 “우리는 정보 폭발을 경험한 첫 번째 세대가 아니다”
인터넷 쇼핑몰의 ‘별점 주기’ ‘추천 하기’ 아이콘과 같은 신뢰구축 시스템 역할을 했던 선사시대 족장의 목걸이, 웹 페이지를 만들어 주고 돈을 버는 프로그래머처럼 점토판에 글자를 새기고 돈을 벌었던 기원전 3000년 경의 필경사, 지금의 블로거처럼 자신에게 흥미로운 주제를 잡고 새롭게 도입된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활용해 글을 쓰고 그림을 넣었던 7세기 아일랜드 수도원의 필경사들, 상호참조로 가득차 다양한 접근이 가능했던 16세기의 하이퍼텍스트 복음서….
정보화 시대의 뿌리를 캐고 있는 이 책 『분류의 역사』(원제 : Mastering Information Through the Ages)에서 알렉스 라이트(Alex Wright)는 귀가 솔깃하는 이야기를 풀어내며 독자들에게 20억 년 동안 인류의 정보시스템 역사가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지를 매력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연일 디지털 기술이 가져오는 새로운 물건과 문화에 ‘혁명’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정보의 홍수’니, ‘데이터 쓰나미’니 하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고 알렉스 라이트는 말한다. 마치 디지털 시대는 과거와 단절된 전혀 다른 ‘혁명적’인 미래가 될 것 같은 분위기지만 알렉스 라이트는 우리들의 미래는 이미 오래된 과거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분류는 본능이다, 권력이다, 역사다
저자는 책에서 정보를 습득하고, 분류하고, 관리하고, 배포하고, 전승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새로운 정보와 가치를 만들어내는 인류의 습성은 유전자 속에 내재되어 진화되어 왔다고 주장한다. 동서고금을 통해 살아남은 분류체계는 5~6 단계를 넘지 않으며, 가족 체계를 모방한 민속분류법의 본류는 신화의 이야기 구조나 현대의 분류 체계 속에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다. 이는 디지털 시대의 인터넷 메뉴 구조와 정보 설계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책을 펼치면 고대, 중세, 근대를 거쳐 현대의 인터넷과 디지털 시대까지 정보를 분류하는 가장 기본적인 출발인 ‘계층 구조’와 ‘네트워크’가 정보 분류 체계의 역사에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작용했는지, 구술 문화와 문자 문화의 전통은 어떻게 역사 속에서 부딪히고 융합되어 왔는지, 정보시스템이 어떻게 인류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와 어우러지며 역사를 만들어 왔는지 등에 대해 진화이론과 문화인류학, 컴퓨터의 역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역사를 통찰하는 알렉스 라이트의 지적 탐험이 경이롭게 전개된다.
아리스토텔레스, 베이컨, 토머스 제퍼슨, 린네와 뷔퐁, 브루노, 바네바 부시와 테드 넬슨 등 고대부터 현대까지 정보를 분류하고 체계화 하여 인류의 지혜를 계승하고자 했던 수많은 인물들의 명맥이 하나로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하면서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는가’를 깨닫게 되는 것도 이 책을 읽는 기쁨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대중들의 읽고 쓰는 능력을 둘러싼 권력의 정치적 판단, 도서관을 불태우고 새로운 분류법을 제시했던 동서양의 황제들,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반드시 어떤 식으로든 화를 불러오는 등의 반복되는 역사의 굴곡을 보고 있으면 지금의 디지털 혁명은 또 어떤 어둠의 그림자를 우리 앞에 드리울지 상념에 잠기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우리의 미래는 머리가 아니라 마음에 있다”
이 책을 읽어보면 우리는 결코 과거와 단절된 신인류가 아니다. 인터넷 카페에서 중세 길드 조직을 보고, 메신저를 하면서 우물가 아낙네들의 수다를 본다. 그러나 역사는 마을의 작은 공동체에서 시작되었고, 주막집 술판에서 비롯되었다. 지난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은 제도적 조직의 지배를 받았다. 바로 계층 구조 속에서 살아 온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디지털 기술은 사람들을 네트워크로 묶고 있다. 인류의 역사는 계층 구조와 네트워크가 상호작용하면서 발전해 왔지만 디지털 기술은 다시 우리를 문자 이전의 시대로 되돌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는 없지만 정보를 습득하고, 분류하고, 계승했던 과거의 기억 속에, 즉 우리의 머리가 아니라 태초의 인류부터 전해 내려오는 우리의 마음 속에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저 : 알렉스 라이트 (Alex Wright)
알렉스라이트는 뉴욕타임즈,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하버드 매거진, 살롱닷컴, 더 빌리버 등의 여러 매체에 기고하는 작가이자 정보 아키텍처이다. 대중적인 강연가로도 유명하다. 그는 뉴욕 타임즈와 하버드 대학, IBM, 야후, 롱나우 재단의 정보설계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알렉스는 브라운 대학에서 영미 문학 학사를 받은 후, 시몬스 칼리지에서 문헌정보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알렉스가 운영하는 웹사이트의 주소는 htt…